귀농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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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농원”에 알밤이 여물어 갑니다

작성일
2009-12-07 15:29:51
이름
농업기술센터
조회 :
1164
충남 연기군 전의면 달전리

우리 집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속 외딴집입니다. 아름다운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랍니다. 산과 들, 바람, 이름 모를 새, 풀벌레가 언제나 저를 외롭지 않게 찾아주는 나의 벗이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귀농 5년차 주부 김은희 라고 합니다. 먼저 저희 가족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편은 53년, 저는 54년생 입니다. 처녀시절 남편이 죽자 살자 쫓아다녀서 멋있고 잘 생긴 대한민국 남자를 구제해 주자고 결혼해서 아들 둘을 선물로 얻었습니다. 큰아들은 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대학 복학을 준비중이고, 작은 아들은 현재 호주에서 유학중입니다.

저희 남편 별명은 충청도양반으로 말 수가 적고 무뚝뚝해 처음 보는 사람은 화가 많이 나 보여 무섭다고 오해 할 때도 있어 제 마음을 속상하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지만 우리 농원을 총 책임진 중책을 맡아 하루하루를 황금같이 생각하는 인정 많고 성실, 자상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남편입니다.

남편은 본래 농촌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농장을 하면서 사는 것이 꿈이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잠시 꿈을 접어 두고 학업을 마친 뒤 직장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빡빡한 도시생활을 하면서 세월은 흘러 아이들 교육 문제가 해결될 즈음인 2002년 늦은 가을 저희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현재 살고 있는 달전리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가을날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모습은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아늑한 정취를 풍기는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붉게 물들어 주렁주렁 익어가는 감나무 또한 자연과 어우러져 풍요로움을 더하고 따사로운 햇빛아래 황금들판을 이룬 고개 숙인 벼 이삭은 저희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 했습니다.

저희는 주말마다 내려와 숲과 밭으로 이루어진 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어떤 모습으로 가꾸어 볼까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조경수와 밤나무농원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귀농은 꿈이었고 현실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막상 결정은 했어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일단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우선 마을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조경에 대해 노하우가 많으신 선배들과의 관계를 맺고 교류를 가졌습니다. 여러 번 찾아뵙고 얼굴을 익히니 동네 어른들과 도 차츰 가까워지기 시작 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격이 없이 진실로 상대방을 대하니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이해가 사랑을 낳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3년 봄 열심히 일군 산에 밤나무를 심었습니다. 밭에는 상추와 토마토, 가지,오이 등 각종 야채도 심었습니다. 경험이 없어 힘든 점도 많았지만 심은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면 저희는 농사일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고, 수확한 야채를 나누어 먹는 즐거움 또한 갑절의 행복을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남편이 서울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만반의 준비는 아니었지만 반쪽의 준비가 있었기에 남편은 망설임 없이 퇴직을 결정하였고, 2004년 8월 31일 집도 없이 컨테이너 하나 덩그러니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막상 이사를 와보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요. 서둘러 집을 짓기 시작해 그 해 겨울에 완공을 했습니다. 급하게 지은 집이지만 너무나도 예뻐 보였습니다.

나무로 불을 때는 아궁이를 만들어 고구마를 찌고, 화로에다 인절미 같은 떡도 구워먹고, 김, 생선, 고기를 구워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지요. 상상해 보세요. 함박눈이 내려 온 대지를 하얗게 물들인 눈꽃 천국에서 소복소복 쌓인 눈 속을 헤치고 찾아주는 반가운 손님과 화로 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풍경을 말입니다.

이렇게 낭만과 아름다움이 있는 반면 어려움도 많았답니다.

처음에 찾아온 위기는 마음적인 문제였습니다.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과 섞여 살다가 적막한 시골. 나 홀로 고립되어 무인도에 있는 듯한 외로움과 함께 농사일이 쉽지 않고 막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정말로 농사일은 아무리 배워도 이해가 안 되고 실패가 꼬리를 물고 연륜과 경험이 없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절망감에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밤나무 농사는 주변의 조언을 받으며 그런대로 잘 되어 가는 것 같은데, 묘목재배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작목이었습니다.

가을에 뿌릴 씨앗을 봄에 뿌려 1년 동안 밭을 묵히기도 했고, 친환경 농법을 시작한 첫해는 발효가 되지 않은 쌀겨를 밑거름으로 사용했다가 1,000평에 심은 감나무, 매실나무를 다 죽이기도 하였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더더욱 옛날 선조님들의 지혜로움을 이어 받은 농촌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답니다.

한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김장무를 심는데 두둑을 만들지 않고 평평한 밭에 들깨처럼 뿌려서 동네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고, 검정콩을 심어 놓고 무조건 키가 크면 되겠지 하고 물만 열심히 주어서 콩 수확을 한 톨도 얻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여물지도 않은 참깨를 일찍 베어서 수확을 못한 적도 있었답니다.

귀농해서 얼마간은 주변 분들의 도움과 정보만 가지고 농사일을 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집에 “복사골소식지”가 우편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연기군청에서 발간되는 월간 소식지인데, 가장 유익하고 도움이 된 것은 역시 초보농사꾼에게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영농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파종시기, 시비량, 재배방법 등등 궁금한 부분은 소식지에서 찾아 실천하고, 그것도 안 되면 센터에 문의하고 연구해 가면서 농사기술에 대한 어려움은 덜 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과 노력의 결과 2006년 첫해 밤 수확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참기름 바른 것처럼 윤기가 자르르 나는 진한 자주빛깔의 고운 알밤, 그 첫 수확의 보람과 뿌듯함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흘린 땀과 노력, 정성으로 인한 결실은 정말 꿈만 같고 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잠도 오지 않고 눈만 감으면 알밤 주울 생각에 밤마다 날이 밝기만 기다렸습니다.

농부의 피나는 노력과 인내로 맺은 결실은 다음을 약속하는 농부에게 두 배의 결실을 기다리게 하는 희망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사일보다 더 큰 어려움은 사람과의 관계와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밭 옆 산에 고목나무가 있어 곡식이 자라는데 지장이 있기에 마을 어르신께 허락을 받고 나무를 베었는데 며칠 후에 주인이 나타나서 허락도 없이 베었다고 따져 물어서 혼쭐이 났습니다. 귀농한 저희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창피하기도 하고 겁도 나서 한동안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분들과의 잦은 만남을 계기로 서로 양보하고 이해해서 마무리가 잘 되어 지금은 아주 친하게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지내고 있답니다.

귀농해 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 스스로가 마을과 지역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마을과 전의면의 지리를 익혔고 면내 16개 마을 분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면사무소에서 실시하는 산업체, 농림어업, 교통량, 인총조사 등 각종 조사업무 아르바이트를 시간 있을 때 마다 했습니다. 또한 농사관련 단체인 밤나무작목반, 묘목작목반 활동과 여성 농업인 학습단체인 생활개선회에 가입하여 회원들과의 친분도 쌓고 다양한 교육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김은희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올 정도입니다. 지역사회 활동 중에서 가장 저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생활개선회입니다.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배우고 매년 큰 교육 행사인 하계수련회와 실적발표회는 일에 지친 바쁜 생활 속에서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번 수련대회에서는 귀농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해서 저 자신을 널리 알리기도 하였답니다.

사례발표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귀농 후 저는 두 가지 큰 것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남편의 건강회복입니다.

저희 남편은 학창시절 운동하다 다친 어깨와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그런 남편의 몸이 귀농 후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에서 맑은 공기와 흙을 만지고 밟으며 살다 보니 운동도 되고 사무실에서 받던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 아주 건강해졌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저입니다.

농촌에 살면서 저에겐 내적, 외적으로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까다롭고 새침하며 모난 성격이었던 제가 거리감 없이 편안히 대할 수 있는 넉넉한 성격의 소유자로 변했습니다. 검게 탄 얼굴, 굵은 손마디, 몸빼 바지에 장화를 신고 수건을 두른 제 모습이 더 이상 부끄럽지도 창피하지도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돌려 받을 수 있는 흙이 저에게 있으니 저는 어디서든 당당하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자랑합니다.

귀농 5년차 저희 농장은 밤나무와 조경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고, 급히 지은 저희 집은 “언덕위의 하얀집”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숲과 꽃속에 묻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마을 전체가 덕분에 환해졌다며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희 부부의 아낌없는 노력과 정성으로 잘 자라준 밤나무의 결실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밤이지요. 다른 농원에 비해 두 배의 결실과 품질 좋은 알밤을 생산해 추석 선물용으로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관내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밤의 효능과 효과를 알리는데 시간을 투자해 품질 좋은 알밤, 영양 많은 우리 밤을 자신 있게 홍보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관계로 맺어져 확실한 거래처로 만드는데 성공하게 되었고, 서울 동부화재 본사에도 선물용으로 납품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밤 한톨 한톨에 우리 부부의 정성과 사랑을 담았기에 우리 밤을 먹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기쁨과 복을 주는 “푸른솔 농원” 알밤이 송이송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마을 아낙네들은 저녁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여 동네 몇 바퀴 돌면서 운동하고 달빛아래 돗자리 깔고 누워 별을 보며 이야기꽃도 피우고 있답니다. 옥수수, 감자, 누르미 먹으며 어르신께서 들려주시는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이 뭉클하고 곤고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께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저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면서 먼 훗날 저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 같아서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지요. 돌탑을 쌓듯이 인정의 꽃밭에서 많은 추억을 잘 간직해 두었다가 언젠가 찾아 올 귀농 후배들에게 어려운 역경의 세월을 훌륭하게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발자취를 교훈 삼아 들려 주고 싶습니다. 저는 농촌 여성의 힘을 믿습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 나라를 지탱해 준 저력이었으며, 현재는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 내는 농촌 여성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귀농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마을 모든 분들과 한 집안 식구처럼 서로 도우며 어울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귀농하신 분들 중에 마을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해 고생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잦은 만남을 통해 장벽 없는 끈끈한 정을 나누다 보면 좋은 만남, 좋은 인연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가 많이 내립니다.

저희 집 마당에는 복숭아, 배, 자두, 보리수, 앵두 등 과일이 익어가고 산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찾아옵니다. 그러면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현관에 작은새 가족이 둥지를 틀어 5마리 새끼도 낳았습니다. 어미새는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옵니다.

행여나 놀랠까 저는 숨죽이며 기도합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에 태어난 아기 새야! 무럭무럭 잘 자라 높고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다 풍년 건강 씨를 물고 내년에 또 찾아오라고.......”.

“올해는 농작물이 아무런 피해 없이 잘 자라 달라고.....“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면서 기회가 된다면 봉사하고 나누며 열심히 아름답게 농원을 가꾸며 살고 싶습니다.

정성으로 흘린 땀방울은 저에게 감사와 기쁨을 주었고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나누며 자연 속에 숨쉬는 보석 같은 아이디어와 희망을 흙에서 찾았으니까요.

이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야생화 단지를 만들어 야생화를 보급하고 볼거리를 제공해 곤고한 삶의 한 부분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되돌려 드리고 싶어요. 소중한 흙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야생화 단지를 만들어 꽃이 활짝 피는 봄날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흙속에서 생활하는 모든 농민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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