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게시판

  • 페이스북 담기
  • 트위터 담기
  • 구글플러스 담기
  • 링크 주소 복사
  • 본문 인쇄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약초재배하는 전직은행장

작성일
2010-01-04 10:24:16
이름
농업기술센터
조회 :
2099
영동고속도로 진부IC를 빠져 나가 59번 국도를 따라 정선 방향으로 12km를 달리면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마평리에 닿는다.

누에머리를 닮은 잠두산 허리 중턱(해발 650m)에 약초 농원 운중천삼방(雲中天蔘房)이 멀찌감치 보인다. 이 약초농원은 전직 은행지점장 임종철씨(53)가 부인 이성희씨(52)와 함께 8년 동안 일군 삶의 터전이다. '운중천삼방'은 '깨끗한 곳에서 천삼(天蔘)으로 불리는 오가피를 재배하는 곳'이란 뜻으로 부인이 지었다.

임씨 부부는 3000평의 밭에 오가피를 비롯해 헛개나무, 당귀, 벌나무, 구기자, 곰취, 천궁, 엄나무, 백지 등 약초를 재배하는 한편 약초건강식품도 가공·판매하고 있다. 약초밭 입구에 농가를 리모델링해 지은 50평 남짓한 살림집은 나무로 온돌방을 데우는 재래식 웰빙 하우스다.

임씨 부부는 저녁 10시에 잠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산물로 밥을 짓고 곰취 쌈과 된장찌개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약초밭으로 나간다. 거실 벽에 걸린 현판의 글귀가 눈길을 끈다.

'사는 게 별거 있나요. 마음 나눈 사람끼리 오순도순 마주 앉아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여 놓고 밥 한 그릇 맛나게 먹는 것이지요. 사는 게 별거 있나요. 진실한 사람끼리 도란도란 가슴 안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것이지요.'
경기도 군포 출신인 그는 경기은행에서만 20년간 근무하다 지난 98년 6월 외환위기 구조조정 태풍에 휩쓸려 부천 원종지점장을 끝으로 은행을 떠나야 했다. 퇴직금으로 1억2000만원을 받았지만 당시 고교생 딸 2명과 초등학생 막내아들을 둔 임씨에겐 충격이었다.

임씨 부부는 고심 끝에 자녀들을 서울 목동 집에 두고 부부만 강원도로 가서 약초 재배를 하기로 했다. 임씨는 은행 재직 시절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섭렵했고 조경수와 관엽식물은 부업 삼아 2년간 재배한 경험도 있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마침 노후 대비용으로 사둔 땅도 있었다.

'명퇴'를 한 그해 가을 이곳으로 내려온 임씨는 이듬해 봄까지 밭을 일궈 인근 오가피농장에서 오가피 묘목 1만 그루를 사다 심고 헛개나무 벌나무 곰취 등으로 차츰 재비 약초 종류를 늘려 나갔다. "약초는 버릴 것이 없어요. 뿌리부터 줄기 잎 열매까지 모두 약재로 사용하죠. 오가피와 헛개나무 등은 한 번 심으면 20여년간 자라기 때문에 잘라내도 계속 나오지요. 약초가 나에게 연금을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임씨는 약초 재배로 아이들 공부도 시켰고, 인생 후반기에 신혼 같은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3년간은 약초만 열심히 재배해 팔다 자신감이 붙자 2001년 말 1억3000만원(강원도 지원금 5000만원)을 들여 30평 규모의 약초 가공시설을 갖추고 약초건강식품 생산·판매도 겸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하는 추세에 맞춰 오가피탕 좌욕장을 마련해 놓고 주말 이틀간 손님을 받고 있다.

임씨는 평창군 지원자금을 합친 5000여 만원을 들여 약초체험장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강원도 도립대학 산학연 컨소시엄센터와 공동 연구로 오가피 부산물을 활용한 사료 개발에도 성공, 특허 출원까지 했다.

이진호 진부면 산업계장은 "워낙 성실하고 청년학도처럼 열심히 연구하면서 동네 오가피 작목반장까지 맡아 주민들과 고향사람처럼 융화됐다"면서 "강원도에서 손꼽히는 귀농 성공사례"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부인 이씨는 실업고에서 고객판매관리를 가르쳤던 교사 출신으로 남편 임씨의 내조자를 넘어 사업 파트너나 다름없다. 남편의 약초사업을 도우는 틈틈이 노인을 돌봐주는 케어복지사와 상담사 자격증을 딴 이씨는 이곳에 자그마한 실버타운을 세우는 게 꿈이다.

최종수 평창군 원예특작계장은 "귀농에 대한 낭만과 의욕만으로 덤볐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임씨는 평소 약초 공부를 많이 했고 무엇보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가 같이 농촌생활과 식물재배에 뜻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성공의 비결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임씨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대비해 약초 전시판매장을 만들어 지역홍보에도 앞장설 생각이다.
전시판매장 한 쪽에는 대학에서 금속디자인을 전공한 큰딸을 위해 토속민예품 공방도 마련해 볼 계획이다.
"제겐 외환위기와 명퇴가 전화위복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담담하게 귀농기를 들려주는 임씨의 얼굴에서 인생 후반기 도전과 변신에 성공한 중년의 멋이 배어났다.

만족도 조사

현재 열람하신 페이지의 내용이나 사용편의성에 만족하십니까?

평가

담당부서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담당(☎ 055-940-8160)